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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1-20 10:35
[언론기사] [경향신문] ‘기후악당’이 된 한국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3,437  
[기고] ‘기후악당’이 된 한국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경향신문> 2016.11.10 21




서울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수라장이야 어쨌든, ‘지구인’들은 기후변화 문제로 다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멀리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지난 7일부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가 개최됐다. 

지구를 구할 마지막 희망이라는 파리협약이 우여곡절 끝에 작년 12월에 통과되고 채 1년이 걸리지 않은 지난 4일 발효되었다. 지난달 중국과 미국이 비준을 하고 유럽과 인도가 뒤를 이으면서,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55%를 차지하고 55개국 이상이 비준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1997년에 체결된 교토의정서가 2005년에야 발효되었던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놀랍다. 마라케시에서는 파리협약의 세부사항을 논의하게 된다. 이번 회의가 때마침 개봉된 다큐영화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에 등장하는 미국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같은 비관주의자들에게 희망을 갖게 해줄 수 있을까. 

한국도 국회가 지난 11월3일 가까스로 파리협약을 비준하면서 마라케시행 막차에 올라탔다. 이 험악한 대치 정국에서 이루어진 국회의 비준이 신기할 뿐인데, 외교부가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여야를 설득한 결과라고 한다. 선출되지 않은 ‘비선 실세’에 의해서 국정이 휘둘리는 ‘샤먼국가’로 한국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시절이다. 외교부 관료들의 노력을 칭찬할 일이었지만, 쓴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해외에서 날아온 소식도 한국의 비준 소식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후변화 전문 온라인 언론인 ‘클라이미트 홈’이 한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으로 등극시켰다. 한국이 말만 하고 행동은 없다, 아니 거꾸로 달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폐기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라는 목표는 알고 보면, 폐기한 2020년 목표를 10년 뒤로 미룬 것뿐이었다.

세계적인 분석기관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CAT)’을 인용한 클라이미트 홈은 한국 정부의 유난한 ‘석탄 사랑’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했지만 산하 수출입은행은 해외에서 대규모 석탄사업에 투자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그것도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녹색기후기금을 이용하려고 신청서를 냈다. 비난이 일자 설명도 없이 철회하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해외에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석탄 사랑은 마찬가지다. 이미 석탄화력발전소가 54개나 가동 중이지만, 정부는 앞으로 19기의 대규모 석탄발전소를 더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경쟁에 들어가 있지만, 한국만 역질주하고 있다. 그러니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 같이 기후악당 명단에 끼게 된 것이다. 그들은 석유와 석탄 수출국들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수입국인 한국은 대체 뭔가. 

뜨거웠던 지난여름, 충남 당진시장은 광화문광장에서 7일간 단식을 한 바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로 가득한 당진에 예정된 당진에코파워 건설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지역민의 투쟁이었으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 지구적인 투쟁이기도 했다. 화석연료에 목매고 있는 중앙정부에 맞서서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최근 당진시, 경기 안산시, 서울 노원구·강동구와 같은 지자체들은 ‘국가에너지계획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했다. 기후악당 국가는 내부에서 아래로부터 무너진다. 대재앙이 오기 전에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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