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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2 19:26
[언론기사] [프레시안] 남들 줄이는 석탄발전소를 9개나 더 짓는다고?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2,407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신기후체제에 대비한 에너지·기후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월 대선이 임박한 한국에서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탈핵'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기후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과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신기후체제에서의 한국 차기 정부의 기후 변화, 탈핵, 지역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분권, 정의로운 전환, 동아시아 에너지 협력 등 에너지·기후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비전과 정책 제언 방향을 5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로 연재한다.

남들 줄이는 석탄발전소를 9개나 더 짓는다고?
[차기 정부 에너지·기후 정책 제언] <1>파리협정 이후, 이렇게 준비하자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2015년 12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타결된 파리협정은 176개 국이 서명하고 이어 2016년 10월 90여개 국이 비준함에 따라 11월 4일 공식발효되었다. 한국도 비준에 동의함으로써 12월부터 파리협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협정에 따라 정부가 국제 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 약속, 즉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37% 감축한다는 약속을 이행해야만 한다. 협정에 참여한 당사국들은 온도 상승 폭을 섭씨 1.5도로 제안하기 위해 모든 국가에서 스스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2020년까지 장기 저탄소 개발전략을 수립하여 제출하기로 하였으며 공동 차원의 이행 점검도 실시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신기후체제로 이행하게 되었다. 온실가스 발생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에서의 정책 전환이 불가피함이 인식되면서 에너지 믹스 전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 에너지 효율화 정책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국가들이 늘어가고 있다.

2016년 5월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보조금을 2025년까지 철폐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1위 국가인 미국에서는 클린 파워 플랜으로 석탄 발전 억제에 나섰으며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 전기 생산에서 완전한 '탈석탄'에 도달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15년도 현재 173개 국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 수단들을 갖추면서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만 새로이 73GW 태양광 발전 설비와 56.5GW 풍력 설비가 추가되어 재생가능에너지 누적 설치량은 800GW를 넘어섰다고 한다.

21세기를 위한 재생에너지정책 네트워크 REN21에 따르면, 2015년도 현재 전 세계 총에너지 소비의 10.3%를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신기후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2040년까지 신규 발전 용량의 60%를 재생가능에너지 설비가 차지할 수 있도록 각국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 확대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단가 하락을 가져와 인도 같은 경우, 2030년 이전에 태양광 발전 단가가 정부 지원금 없이도 화석연료 발전 단가에 버금가거나 혹은 그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세계가 신기후체제로 진입하게 되면서 에너지 투자는 화석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또한 에너지 효율화 부문으로 이동해갈 것이 틀림없다. 아울러 재생가능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등장하면서 이에 걸맞는 전력거래시스템, 전력망 시스템 정비 등이 에너지 정책의 주요내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협정을 비준함으로써 한국 정부 역시 신기후체제 형성에 동참을 선언하기는 하였으나 아직은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정부의 관련 정책들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37% 감축하겠다고 공표하였으나 이 중 11.3%는 국제 시장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여서 실질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는 2009년도 목표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행 전략으로 2015년부터 시행한 배출권거래제는 '배출량 퍼주기' 등으로 감축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각국에서 에너지 정책과 기후대응 정책이 정책 통합을 이루면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이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으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환경, 안전과의 조화가 에너지 공급의 안정화보다 상위에 놓이기는 하였으나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의 목표는 여전히 경제성 있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한 경제 성장에 놓여 있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목표 역시 '신재생에너지 산업 강국'으로의 도약으로 제시되고 있었다. 이런 에너지 정책의 기본 프레임에서는 가시적인 산업 시장 확대를 즉각 결과하지 않는 에너지 효율화, 수요관리 강화는 정책 우선에서 벗어나게 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은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2011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5% 달성이 2002년에 설정되고 관련 보급 정책이 시행되었으나 2016년에도 재생가능에너지가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달해 OECD 32개국 중 32위에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을 감축하거나 폐지하는 정책 전환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2022년까지 9개의 석탄 발전소를 더 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개발이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도 정부는 2029년까지 총 11기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유지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신기후체제 형성에의 동참이 선언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청된다.

이번 대선으로 들어설 새로운 정부에서는 그간 박근혜 정부 하에서 후퇴 일로를 걸어온 에너지기후정책 전반을 정상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의 혁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후퇴한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은 물론, '2030년 11%'에서 '2035년 11%'로 낮춘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도 재설정해야할 것이다. 목표만 후퇴했던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에 대한 지원액 절대량도 감축하였다. 발전 16개사가 의무할당량을 채우지 못하자 수열에너지로 분류된 화력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한 설비에 대해서도 의무할당 대상 기술로 선정하여 할당을 채우지 못한 발전사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수정하기도 하였다.

풍력 혹은 태양광 발전과 관련하여 발전 설비로 인한 지역 환경 훼손의 가능성, 지역 주민의 설비 수용성 등을 보급 정책에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채로 정책을 집행하여 지역 갈등을 결과하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역 사회에서 햇빛발전협동조합, 시민 발전소 건설 운동들이 진행되었으나 소형 발전 설비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 등을 추진하지 않으면서 이들 운동의 후퇴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사용 후 핵연료 처리를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 운영되었으나 정부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운영으로 오히려 사회적 갈등 만을 결과했을 뿐이었다. 국가에너지위원회 등의 제도를 통해서도 에너지 정책에 관한 시민 사회와의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2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시민 사회 대표들이 부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차기 정부가 신기후체제에 걸맞는 에너지 기후정책의 이행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 기조의 변화, 새로운 제도 구축 및 관련 법제 정비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앞서 각국들에서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말해주고 있듯이 신기후체제 하에서는 기후변화대응과 에너지 정책 간의 정책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즉. 에너지 정책의 목표는 더 이상 경제 성장이 아닌 온실가스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력 강화에 있다. 값싼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에너지 소비의 절대적인 감축, 즉, 에너지의 효율적 소비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인 것이다. 에너지 기술 위험을 회피하는 것 또한 정책 목표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책 기획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에너지 주무부처를 산업자원부에 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국에서와 같이 에너지기후부와 같은 독립 부서 신설을 계획할 수 있다. 에너지 수급 계획이 아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 전환을 위한 장기 계획을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하여 수립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수급 계획 중심의 에너지 계획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에서 재생가능에너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국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지자체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수립이 가능하도록 제도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분산형적 특성은 지자체의 지역 특성에 걸맞은 확대 정책 수립에 적합하다. 그러나 우리 경우, 중앙정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고착화되면서 지방정부는 에너지 정책 수립에 필요한 능력과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차기 정부에서는 관련 법제 등을 정비하여 지방정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 계획 수립 및 이행에 필요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필요한 재원도 정부 예산에 반영해두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와의 권한 공유와 더불어 에너지기후정책 거버넌스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나 풍력 발전 혹은 태양광 발전 설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보여주듯 에너지 정책 역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이해 관계와 맞닿아 있다. 풍력 발전 설비에 투자한 사업자들에게는 풍력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돈이 벌리는 소리겠지만 지역 거주민에게는 건강을 해치는 소음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이해 충돌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설비 계획 단계에서부터 실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들이 충분히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세심한 설계가 마련되어야 하고 이것이 작동하는데 필요한 지원 정책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프로젝트에서만이 아니라 지방 에너지 계획 수립과 같은 에너지 정책 전반에서 시민 사회 등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종의 에너지 민주주의 실행 제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세부 정책적으로는 세계 에너지 시장 개편 흐름에 적합한 에너지 기후 산업 전략을 수립할 필요도 있다. 에너지 효율화 기술 시장, 온실가스 저감 기술과 에너지 소비 절감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산업 시장의 등장 등에 대비한 산업 전략도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전력망 정비, 전력 거래소 정비 등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에너지기후정책과 산업 일자리 창출 정책이 통합적으로 사고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에 존재하는 에너지자원의 특성상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동아시아 에너지 협력 체계 구축은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 원전과 석탄 발전 감축 혹은 폐쇄를 고려한 전환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가스, 재생가능에너지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 협력 체계 구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세부 정책에 앞서 무엇보다 차기 정부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에너지기후체제 비전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프레시안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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