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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20 14:59
[언론기사] [함께하는 품] 페센하임 폐쇄를 반대하는 노동조합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6,244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이 발행하는 <함께하는 품> 29호(2017년 6월)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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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센하임 폐쇄를 반대하는 노동조합
- 탈핵의 현실 앞에 선 정의로운 전환

프랑스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핵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핵강국’이다. 프랑스에는 1956년부터 2002년 사이에 60기의 핵발전소가 건설되었고, 지금은 58기(설비용량 63,130MW)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총 전력생산량 중 핵발전에서 생산되는 비중이 77% 정도이기 때문에 핵발전 의존도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특히나 프랑스는 핵연료, 상업적 목적의 방사성 물질, 그리고 재처리 기술까지 개발하고 수출하느라 온갖 유형의 핵발전소가 존재한다.
프랑스가 이렇게 핵발전을 확대하게 된 것은 화석에너지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조건과 함께 핵발전에 우호적인 정치적 조건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2차 대전의 아픈 기억 속에서 프랑스에게 핵무기와 핵발전은 둘 다 안보와 독립을 보장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70년대 전후로 수권정당으로 성장한 PCF(프랑스공산당)도 핵발전에 반대하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는데, 코민테른 정당의 일원으로 출발한 PCF 역시 소연방의 핵개발과 핵무장 정책의 진영 논리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런 가운데 1973년의 국제 석유위기가 닥치면서 프랑스 정부는 핵발전의 대폭 확대를 추진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심각한 정치적 논쟁이나 대중적 반대행동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반핵운동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1971년에 1만5천명의 시민들이 프랑스 최초의 경수로 건설 예정 부지인 뷔제(Bugey)에서 반대시위를 벌였고, 1972년부터는 태평양에서의 핵무기 실험 반대운동이 시작되었다. 1975년에서 77년 사이에 십여 차례 반핵 시위에서 17만 5천명이 참여했고, 1977년에 벌어진 쉬페르피닉스 고속증식로 반대 운동은 물리적 충돌을 낳기도 했다. 1985년에 핵무기 실험 준비를 감시하러 가는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프랑스 정보당국에 의해 폭파된 사건, 그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는 프랑스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런 경험들을 거치면서 프랑스의 반핵운동이 점차 대중화되었고, 2000년대 와서는 신규 발전소 저지와 노후 발전소 폐쇄, 핵폐기물 운송 저지, 고압송전선로 반대 등으로 이슈를 넓히게 되었다. 1997년 쉬페르피닉스 투쟁의 성공 결과로 만들어진 ‘탈핵(Sortir du nucleaire)’이라는 네트워크 조직이 현재 8백 개 가량의 반핵/탈핵 단체들이 결합하여 프랑스의 탈핵운동을 조율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프랑스의 탈핵운동뿐 아니라 핵발전 정책까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무엇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프랑스에서도 핵발전의 안전성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자로 제작, 핵연료 전주기 운영 및 송배전 사업까지 총괄하는 국영회사인 EDF(프랑스전력공사)는 그동안 가동 중인 핵발전소 다수의 출력 증강과 수명연장을 꾸준히 진행해 왔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연장 운전의 승인 조건으로 콘크리트 바닥 보강과 면적 확대, 안전관련 설비 보완을 더욱 요구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형 가압경수로(EPR)의 참조 모델로 노르망디 해안에 건설 중인 플라망빌(Flamanville) 3호기의 완공이 수년이나 지연되고 있는가 하면 2012년 착수한 팡리(Penly) 3호기는 공론화 과정에서 사업 계획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올랑드 대통령 후보가 안전성 평가 결과와 무관하게 페센하임에 소재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 2개 호기를 2017년에 운전 종료하겠다고 공약했고, 한걸음 더 나가서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전환” 법안이 2014년 10월에 프랑스 하원을 통과하면서 핵산업은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핵발전 비중을 2025년까지 50% 수준으로 낮추고 핵발전의 최대설비용량을 63.2GW로 유지한다는 것으로, 결국 일부 노후화된 핵발전소들의 가동 정지와 폐쇄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대신에 풍력 발전소를 현재의 2배로 늘리고 태양광 발전량은 3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도 제출되었다. 열 생산량 가운데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도 5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핵발전 중심과 핵발전 안전성 확보라는 전력 정책 기조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 전력산업은 핵발전의 축소와 재생가능에너지의 증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그림] 프랑스 탈핵 네트워크가 제작한 프랑스 핵지도(핵: 영원한 위험). 국토 전체에 걸쳐 다양한 핵시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페센하임 핵발전소 문제는 얼마 전 끝난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1차투표 전에 중도사퇴한 녹색당의 야닉 자도를 포함하여,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앙마르슈(전진)의 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앙슈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급진좌파 후보 장-뤽 멜랑숑 모두 페센하임 핵발전소 폐쇄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요구가 없다면 발전소 폐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은 페센하임 핵발전소 폐쇄에 반대하고 오히려 핵발전소 수명을 20년 연장하고 동시에 태양광, 바이오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EDF의 재국유화도 약속했다. 마크롱이 2차투표에서 르 펜을 꺾고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페센하임 핵발전소 폐쇄는 더욱 확실해졌다. 

에너지전환법과 노동자의 사정

라인강을 끼고 독일과 접경한 프랑스 북동부 알사스 지방의 페센하임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시(市)의 명칭을 갖고 있지만, 겨우 18.4㎢ 면적에 인구 2천300여명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이곳에 1977년에 900㎿ 규모 핵발전소 2기가 건설되어 가동 중인데, 지금의 도시와 지역경제도 핵발전소 덕분에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페센하임 핵발전소는 지어진지 40년이 지난 프랑스에서 가장 노후한 핵발전소로, 크고 작은 고장도 빈발해 왔다. 또한 이 지역의 지진 단층대가 갖는 위험성과 함께 사고 시 라인강의 치명적 오염 우려가 제기되었고, 발전소 바로 옆에서 국경을 끼고 있는 독일 시민들의 폐쇄 요구 시위도 이어져왔다. 독일의 환경수도로 불리는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는 공교롭게도 페센하임 발전소에서 겨우 30㎞ 떨어진 거리에 있다. 
폐쇄 소식을 접한 페센하임 지역의 사정과 분위기는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핵발전소가 폐쇄되면 여기에 의존하던 지역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가장 크다. 2015년의 한 기사에 따르면, 페센하임 지역 주민의 90%가 핵발전소가 계속 가동되기를 바라며 클로드 브렌데르 시장도 중앙정부의 핵발전소 폐쇄 정책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전해진다. 
실제로 브렌데르 시장은 주민 중 절반 가까이가 페센하임 핵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그 가족이며 핵발전소가 폐쇄되면 이들 주민의 생계가 막막해진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핵발전소 건설 이후 페센하임 인구가 크게 늘고, 발전소에서 제공하는 지역 발전기금으로 학생들 복지도 확대됐으며, 지역 문화 시설도 확충되는 등 도시 발전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핵발전소 소재 도시와 마을의 상황과 다를 게 없다. 
브렌데르 시장은 핵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당분간 다른 산업도 들어올 수 없고 상당수 주민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원전에서 나오는 지역 발전기금도 끊겨 도시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올랑드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핵발전소 폐쇄 방침을 밝혔지만 근거가 마땅치 않아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지역의 노동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이 기사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핵발전소 폐쇄 반대” 문구가 적힌 셔츠와 플래카드에 음악을 틀어놓고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의 풍경을 함께 전하고 있다. 티에리 리틀레르라는 노동자는 “나는 여기서 일하는 노동조합과 원전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나왔다”며 “여기서 근무하는 직원과 가족이 2천200여명이다.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로 뭉쳐 원전을 지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위자 므슈 송드는 “우리가 그동안 원전을 통해 이룩해온 여러 가지 이익과 혜택들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며 “페센하임 원전은 전혀 위험하지 않고, 이런 혜택들로 인해 우리가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기 때문에 원전이 폐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1> 시위 사진을 보면 프랑스 최대 노조이자 EDF에 많은 조합원을 갖고 있는 CGT(노동총동맹)가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3월에는 그린피스 활동가 56명이 페센하임 핵발전소에 진입하여 건물 옥상에 핵발전소 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기습행동을 취했고 이중 34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는데, 이를 두고 CGT는 테러리즘 같은 행동이라고 격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CGT와 지역사회를 한편으로, 환경단체와 정치권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대립이 깊어 감을 엿볼 수 있다. 

[그림] 페센하임 핵발전소 폐쇄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시위

[그림] 페센하임 핵발전소 돔 위로 올라간 그린피스 활동가들

페센하임 지역과 EDF의 저항은 계속되었다. 페센하임 핵발전소 폐쇄 안건을 다룰 예정이던 지난 4월 6일 EDF 이사회를 앞두고, CGT는 이사회에 파견한 노동조합의 대표들에게 페센하임 폐쇄를 반대하도록 요청했다. 프랑스 공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진, 노동자, 정부 측 대표를 각각 1/3로 하여 구성하는 원칙을 갖고 있는데, 18명으로 구성된 EDF 이사회에서 정부 측 6명은 이해다툼을 피하기 위해 기권하기로 했기 때문에 12명의 이사만이 실제 표결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었다. 
또한 CGT는 조합원들에게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본사건물 앞에 피켓 라인을 만들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CGT는 발전소 폐쇄가 일자리 상실을 초래할 것이며, 경제적으로 산업적으로 낭비라고 말했다. CGT는 성명서에서 “페센하임은 안전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도 그렇게 인정되었다”고 말하고, 이 발전소가 프랑스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CGT에게 페센하임은 “지켜야 할 공장” 중 하나라는 것이다. CGT의 EDF 지부 임원은 페센하임이 전기라 불리는 필수재를 생산하는, 공공 서비스를 위해 가동되는 공장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린피스의 경우 페센하임 폐쇄가 EDF에게 최선의 투자라는 상반된 주장을 폈다. 
이날 EDF 이사회는 표결로 결론을 내는 대신 조건부 폐쇄라는 결정을 내렸다. 즉 폐쇄 원칙에는 합의하지만 플라망빌 3호기 시운전 시점에 폐로한다는 것인데, 플라망빌과 페센하임을 교체하는 개념으로 해서 핵발전소 발전량이 법에서 지정한 63.2GW 상한선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상반된 해석을 낳았다. 환경장관인 세골렌 루아얄은 이것이 페센하임 폐쇄가 ‘불가역적’임을 뜻한다고 말했지만, CGT의 에너지 부문 대변인 로랑 랑그라르(Laurent Langlard)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페센하임은 내년에도 계속 가동될 것이며 플라망빌이 전력 생산을 시작할 때 어떤 발전소가 전력망에서 제외될지는 정해질 것이고 그것이 반드시 페센하임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랑그라르는 핵발전 생산의 상한선에 대한 법적 규정도 5월에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2> 
정부는 페센하임 폐쇄를 기정사실화 하기 위한 조처를 진행했고, 구체적으로 페센하임 핵발전소를 2020년 4월을 마지막으로 완전 폐쇄하기로 한 공고문을 2017년 4월 10일 게재했다. 환경장관은 페센하임 폐쇄가 법령이 정한 에너지 믹스 다변화의 일환이며, 이것이 EDF가 에너지 전환에 더욱 적극 나서도록 할 것이라는 점과 일자리의 상실을 막을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SUD에너지의 입장

프랑스의 전국 노동조합 조직 중 하나인 SUD(연대단결민주)는 CGT에 비해 조합원 수가 적지만 상대적으로 급진적이고 보건, 교육, 교통, 통신 등 부문에서 활력있는 노조로 알려져 있다. SUD의 에너지 부문에 해당하는 조직인 SUD에너지(SUD Energie) 역시 프랑스 에너지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하지만 페센하임 폐쇄와 관련한 SUD에너지의 입장은 귀 기울여 들어볼만 하다. 
SUD에너지는 2012년 9월, 올랑드 정부의 페센하임 폐쇄 방침에 대한 비판적 보도자료를 냈지만 그 배경은 CGT와 적잖이 다른 것이었다. SUD에너지는 핵발전소 폐쇄 결정은 장기적 측면에서 세계의 에너지 정책이라는 맥락에서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핵발전을 지속해야 하는지, 핵에너지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지, 적절한 미래의 에너지 믹스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민주적 논쟁과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핵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핵발전소 운전을 중단하는 결정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전력 이용의 안정성과 페센하임 노동자들 전체를 만족시키는 전환을 가능케 하는 최선의 방책이 준비되었을 것이지만 이러한 논의를 간과한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나온 폐쇄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SUD에너지는 일부 사람들이 핵발전소 폐쇄가 에너지 산업과 일자리 축소의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는 카드를 흔들어대는 것에도 반대했다. 그것은 무책임하고 위선적이며, 그러한 일자리들이 영원히 보장될 것이라는 비현실적 전망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핵발전소 경영진은 사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일자리가 염려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노동자들을 자극했지만, 이 경영진은 그동안 무책임하게 운영비를 줄이고 고용을 방치하는 조치들을 취해왔고 노동자들은 이를 감내해온 것이 사실이다. 
SUD에너지는 오늘날 우리가 대처해야 할 에너지 문제에 있어 노동자들의 필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며, 이들의 모든 경험과 능력이 동원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에너지 생산에서 리더격인 EDF는 공기업으로서 이러한 변화 속에 놓인 사원들을 훈련시키고 준비시킬 방법을 강구할 의무를 지닌다는 점도 지적했다. 핵발전 시설에서 일하는 공기업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일자리의 전망을 제시해야 하며,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지 않고 당면한 문제에 눈감는 것은 사회적 비극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SUD에너지는 노동자들의 전환 문제를 미리 고려하고 민주적으로 결정되는 장기적 에너지 정책의 수립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의 에너지 미래를 함께 결정하기 위한 광범한 대중적 토론과 국민투표가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에너지 전환을 효과적이고 일관성 있게 실현하기 위한 공적 에너지 서비스 기구를 요청하기도 했다. 
SUD에너지의 입장은 2016년 11월에 SUD의 생태위원회가 펴낸 매체에 실린 “핵발전 노동자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보다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3> 이 글은 2030년까지 기존 핵발전소에 대보수(Grand Carenage)라 불리는 프로그램과 운영 비용에 1천억 유로를 들일 것이라는 프랑스 정부의 계획을 언급한다. 이는 3년간 3500에서 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정도로 해마다 고용이 줄고 있는 핵산업계에 새로 대규모 고용이 생겨남을 의미하지만, 이러한 증가가 핵산업과 이 분야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에너지전환법에 따라 기존 핵발전소의 1/3이 폐쇄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너지전환법이 아니더라도, 전력 소비는 줄고 반면에 재생에너지는 증가하고 있으며, 그만큼 핵발전소의 비중도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기술적 문제도 추가되는데, 원자로에서 발견된 결함 때문에 재가동이 어려워지는 경우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은, 회사 측은 고려하지 않는 그림이지만,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은 다른 기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핵발전 노동자들이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할 희망을 갖는 것도 정당하다. 그러나 지금의 에너지 상황에서 선택은 ‘핵발전 내에서의 안정적 지위냐 아니면 핵발전 바깥에서의 불안정한 고용이냐’ 하는 것으로 좁혀져 있는 형편이다. 
한편 EDF는 프랑스에서 핵발전에 집중해왔다. 게다가 EDF의 전력 생산량 중 2%에 불과한 재생가능에너지 부문은 자회사인 EDF EN이 맡고 있는데, 이곳 직원들은 전력 및 가스 산업 종사자들의 지위에서 배제되어 있다. 다른 발전 시설들은 소규모의, 매우 취약한 사기업들 소유다. 그래서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시장 교란으로 인해 태양광 부문에서 14,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시장 가격과 금융적 위기와 관련한 소문도 이런 회사들을 어렵게 한다. 
핵발전 내에서는 숙련도가 낮은 단순 작업 노동이 늘어나면서, 작업조건과 경쟁력도 저하시킨다는 문제도 있다. ‘대보수’와 관련된 일들이 주로 이런 경우다. 끝으로, 대량 외부하청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SUD는 에너지 전환은 전력 및 가스 산업의 지위를 모든 에너지 생산 부문으로 확장하고, 외주하청된 업무들을 다시 직영화하고, 시장 논리로부터 벗어나서 좋은 고용의 장기적인 재구조화 계획을 세우는 사회적 환경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 

페센하임 산업의 전환은?

핵발전소 폐쇄와 에너지 전환을 현실로 맞이하게 된 페센하임에 대안은 있을까? 노동조합의 페센하임 폐쇄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2016년 4월, 루아얄 환경장관은 페센하임 지역에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는 아이디어를 밝혀서 눈길을 끌었다.<4> 루아얄은 프랑스와 독일 양국이 페센하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협력하기로 했으며, 독일 정부가 발전소 부지를 재개발, 테슬라의 전기차 조립공장 또는 제3세대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 양국은 워킹그룹을 구성하여 독일이 제안한 두 가지 선택지 외에 글로벌 수요가 있는 핵발전소 해체 시험용 부지로 활용하는 제3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독일과 프랑스의 기술력과 산업 기반을 활용하는 선택지들이 그럼직해 보이지만, 이러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현실성을 갖고 논의될지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다. 그리고 마크롱의 새 정부가 에너지 전환과 함께 산업 전환에 어떠한 자세한 구상을 갖고 있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좋은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이 있다 하더라도, 페센하임의 지역사회와 노동자 조직들이 소화할 수 있는 것이 되려면 내용뿐 아니라 과정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숱하게 있을 것이다. CGT와 SUD에너지의 입장 차이에서 희미한 실마리를 볼 수 있었지만, 관련 노동조합들이 방어위주 투쟁을 계속할지 아니면 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주체로서 나설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탈핵의 현실 앞에 선 ‘정의로운 전환’이 채우고 풀어가야 할 부분들이다. 
페센하임 핵발전소는 1978년에 가동을 시작한 한국의 고리 1호기와 나이가 비슷하다. 그리고 고리 1호기는 이제 더 이상 수명연장을 하지 않고 오는 6월 18일 영구정지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폐로와 해체를 위한 국내 최초의 작업들이 준비될 것이다.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 결정의 위법성 문제에 관한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핵에너지 비중 축소와 에너지 전환 의지를 역대 어느 정부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화력발전소 가동 제한과 축소 방침에 대해 발전 노동자들의 고민도 깊어갈 것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우리도 에너지와 산업, 일자리와 노동의 양적, 질적 변화에 대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대답을 미룰 수 없게 되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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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 페센하임시장 ‘지역 내 원전 폐쇄 반대’”, <연합뉴스>, 2015년 7월 5일.
<2> “EDF board left nuclear plant closure options open - CGT union”, <REUTERS>, April 6, 2017.
<3> “Salaries du nucleaire et Transition energetique”, <Ecologie Solidaires - N°3 - Novembre 2016>
<4> “佛 원전 부지에 테슬라 전기차 조립공장 들어서나?”, <자동차신문>, 2016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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